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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6.25 앞두고 재개봉한 건국전쟁 김덕영 감독의 ‘김일성의 아이들’ 후기

[부산=아시아뉴스통신] 서인수기자 송고시간 2024-06-26 16:52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아시아뉴스통신=서인수 기자] 자, 지금 6.25 전쟁 74주년을 맞아 김덕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김일성의 아이들'의 감독판이 개봉했습니다.

아시다시피 김덕영 감독은 올해초 큰 화제를 몰고 왔던 '건국전쟁'을 연출해 이름을 알렸는데요.

지난 2020년에 개봉했었지만 당시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김일성의 아이들'이 건국전쟁의 유명세에 힘 입어 감독판으로 재개봉을 하게 됐는데, 오늘은 김일성의 아이들이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그리고 볼만한 영화인지를 영화의 장단점을 위주로 간단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 포스터.(사진=네이버 영화)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은, 6.25 전쟁 직후 '위탁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불가리아와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으로 보내진 북한의 전쟁고아에 대한 흔적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입니다.

건국전쟁을 보면서 김덕영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투박하지만 담담하고 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4년전 작품인 김일성의 아이들에서도 같은 스타일이 느껴졌습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단연, 소재와 메시지입니다.

제가 건국전쟁을 리뷰하고 나서 가장 화가 났던 것은 영화를 보지도 않고, 프로파간다 영화라거나 편향적인 영상물이라고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사람들의 태도였습니다.

건국전쟁은 그 활용에 있어 정치적 목적이 있는 건 부인할 수 없지만, 영화 자체만 놓고보면 특정 정치세력을 위해 만든 영화도, 반대로 특정 정치세력을 비판하기 위해 만든 영화도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의 분노를 자극하지도 않고,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찬양하지도 않은 투박하지만 담담한 김덕영 감독의 연출이 빛났던 다큐멘터리였습니다. 

기록물로서의 가치도 뛰어났던 작품입니다. 

다만 영화적으로 잘 만들었나 못 만들었나를 따진다면 다소 아쉬운 평가를 할 수밖에 없긴 하지만 보지도 않고, 단지 '소재' 때문에, 또는 영화에 지지를 보낸 특정 정치세력 때문에 반감을 가지고 매도하는 태도는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홍보 타겟층이 보수 성향의 '우파'여서 그렇지, 진보 성향이거나 심지어 '친북' 성향의 시청자가 봐도 반응은 조금 다를 순 있지만 평가는 같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국가의 필요에 의해 수만리 떨어진 동유럽에 보내졌다, 그곳에서 7년간 파란눈의 친구들과 우정과 사랑을 나눈 수천명의 북한 어린이들에게 정치지향점이 어디에 있든 동정과 측은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정이 사랑으로 이어져 결혼까지 한 커플도 있었는데 7년 후인 1959년 김일성이 북한의 봉쇄조치를 취하면서 동유럽에 보내진 아이들을 다시 북한으로 송환하는 바람에

생이별을 겪게 된 이야기는 짠하고 슬펐습니다. 

특히 북한인 남편을 그리워해 아예 평양에서 신혼살림까지 차렸으나 봉쇄조치의 강화로 강제출국을 당해 현재까지도 남편을 그리워 하고 있는 루마니아 여성의 이야기는 충격적이기도 했습니다.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 스틸컷.(사진=네이버 영화)

이 영화의 강점은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히,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실을 던져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애를 통한 전쟁의 상흔 극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장점 만큼 단점도 명확한 영화입니다.

촬영과 편집을 김덕영 감독 혼자서 해내다 보니 생긴 일이겠지만, 편집 상태가 조악합니다. 

화면의 질감이 때때로 변하고, 같은 화면 내에서 색감이 변하는 장면도 있었습니다.

내레이션을 역시나 김덕영 감독이 직접 했는데, 발음과 발성이 좋지 않고, 속도조절도 되지 않아 알아듣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음악도 이상합니다. 고향의 봄부터 벨라차오까지 좋은 음악은 다 들어가 있지만 어느 때 어떤 음악을 어떤 크기로 넣을지를 전혀 고민하지 않은 것 같단 생각입니다.

그냥 인터뷰이가 슬픈 말을 할 때 슬픈 음악을 넣는 정도 수준인데, 전반적인 연출이 담백한데 비해서 음악적인 센스는 빵점에 가깝다고 느껴졌습니다.

특히 종반부에 동유럽 친구들의 인터뷰 뒤로 아리랑이 깔릴 때는 관객들에게 눈물 흘릴 지점을 알려주는 것처럼 느껴져 한숨마저 났습니다.

심지어 엔딩크레딧을 보면 작곡자가 '안지환'으로 되어 있는데, 쓰여진 음악을 보면, 전부 기성곡이고, 딱 한 곡 벨라챠오의 편곡자로 '안지환'이라는 이름이 올라가 있었습니다.

이쯤되면 음악감독이 없었다고 봐야 합니다. 

이제는 주목받는 감독이 된 만큼 다음 작품을 하게 된다면, 촬영과 편집, 내레이션, 음악에 꼭 전문가를 쓰길 바랍니다.

제가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에 드리는 평점은 10점 만점에 5점입니다.

기록물로서의 가치, 범인류애적 메시지 모두 영화 건국전쟁보다 못하다고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영화적인 완성도와 기교는 건국전쟁보다 한참 떨어집니다. 이 부분을 감안하면 5점도 높게 준 점수라고 생각합니다.

재개봉하는 감독판 김일성의 아이들은 당연히 건국전쟁만큼 흥행을 할 영화는 아니겠지만,

김덕영 감독의 극단적 행보 때문에 확장성은 부족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좀 더 다양한 세대, 다양한 계층,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이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좋겠습니다. [유튜브 문화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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